[단독] "작업장 바꿔주세요" 무릎꿇은 이주노동자…사장 가족은 '콧노래'

[앵커]

'지게차 학대' 사건이 알려진 후 대통령까지 나서 경고를 했지만,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사례는 끊이질 않습니다. 건강이 나빠져 작업장을 바꿔달라고 이주노동자가 무릎을 꿇어도, 업주 측은 콧노래까지 부르며 무시하기도 했습니다.

강희연 기자입니다.

[기자]

기계음 가득한 왁스 제조 공장, 22살 베트남 노동자가 시커먼 화학 용액을 통에 나눠 붓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지난해 8월 한국에 왔는데, 독성 물질을 매일 접한 탓인지 1년도 채 안 돼 매일 코피를 쏟기 시작했습니다.

병명은 '부비동염', "당분간 현재 업무가 불가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A씨/베트남 이주노동자 : 건강이 더 나빠질까 봐 두려웠어요. 그래서 사장님께 무릎을 꿇고 부탁했어요.]

다른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게 허락해달라고 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업체 사장 : {도와주세요.} 도와주긴 인마, 누가 도와줘. 베트남 가 그냥. 한국 사람들 다 힘들어. 너 때문에.]

사장의 가족도 콧노래까지 부르며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업체 사장 가족 : 안돼! 안돼! 안돼! {사장님. 바꿔 회사 싶어요.} 랄라라, 음음음, 안돼. 누가 이기나 해보자.]

같은 사업장의 또다른 베트남 노동자는 무거운 짐을 나르다 허리를 다쳤지만 직장을 옮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B씨/베트남 이주노동자 : '여기서 일을 못 하겠으면 베트남에 가라. (계약 기간) 연장해주지 않을 거다, 불법 체류자로 살아라'라고 했어요.]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바꾸려면 기존 사업주의 허가를 받거나, 정부에 자신이 입은 피해를 직접 입증하도록 한 '고용허가제'가 족쇄가 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원옥금/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 (인권침해를) 노동자가 근데 어떻게 입증하겠어요. 외국인 노동자를 무시할 수 있는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그런 법(입니다.)]

2004년 제도 도입 이후 노동계는 줄곧 폐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불법체류 급증 등에 대한 우려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의 왁스 제조 업체는 측은 "노동자들과 잘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