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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600만원씩 벌었는데…" 18년차 횟집사장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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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에도 텅 빈 노량진수산시장

“정권 바뀌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요즘은 회 썰다 내가 썰리는 기분
하루 600만원…전성기 기억만 남아
상인들 다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
후쿠시마 괴담이 소비심리 무너뜨려"

지난 6일 오후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공휴일이면 북적였던 시장 내부에는 흰색 스티로폼 박스와 물고기로 가득찬 수조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푸석한 앞치마를 두른 채 도다리 몇 마리를 다듬고 있던 사장 김모 씨는 “도다리가 싸졌는데 손님이 없네요. 사실 요즘엔 싸도 안 오고, 비싸도 안 와요”라고 씩 웃으며 말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한 지 18년째인 김 씨는 “이렇게 조용한 현충일은 처음”이라며 혀를 찼다. 5~6월이 제철인 도다리 시세는 예년보다 10~20% 가까이 떨어졌지만 손님은 오히려 더 줄었다고 한다. 그는 "새벽에 열고 밤에 닫지만, 요즘은 하루에 말 한마디 안 하고 끝날 때도 있다"고 했다.

Q.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요즘에는 새벽 4시 반쯤 출근해요. 경매 끝나면 생선 받아서 눈 좀 붙이고 가게 열어요. 오전은 수조 청소하고 밤사이 물고기들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면서 관리하다 보면 시간이 다 가죠.(웃음)

Q. 요즘 손님은 하루 평균 몇 팀쯤 오나요?
아예 없을 때도 있어요. 식당에는 회덮밥 한 그릇 먹고 가고, 술 손님이 전멸이에요. 10만 원 이상 쓰는 손님도 진짜 몇 없어요. 요즘은 단골 손님도 조심스럽게 와서 “광어 제일 싼 거 있어요?”라고 물어봐요. 그 말 들으면 경기가 진짜 많이 안좋아졌구나 싶고 마음이 아프죠.

Q. 연휴인데 이렇게 한산한 이유가 뭘까요?
다들 “살기 팍팍하다”고 해요. 저도 요즘 힘들어서 가족끼리 외식 안 하는데요. 생선이 문제가 아니라 지갑이 문제예요. 생선회는 사실 주머니 사정이 좋아야 찾잖아요. 기름값, 밥값, 전기료, 인건비 다 오르는데 누가 회 먹으러 와요. 회 보다 삼겹살이 싸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에요.

Q. 대선 끝나고 나아질 줄 알았다고 하셨죠?
그럼요. 다들 그랬잖아요. 정권 바뀌면 그래도 장사는 좀 살아나겠지… 근데 체감은 오히려 반대예요. 매출은 줄었고, 전기료는 올랐고, 냉장고·수조 전기세만 한 달에 수십만 원 넘게 나와요. 예전엔 젊은 사람이라도 썼는데 인건비도 못 주게 돼서 지금은 혼자 다 해요. 가족들이 가끔 도와주고요. 요즘은 회 썰다 보면 ‘너무 힘들어서 내가 썰리는 기분’이에요.

Q. 장사 안 되는 날엔 뭐하세요?
스마트폰 좀 보다가 그냥 멍 때려요. 생선 보면서 중얼거려요. 옆 가게 사장님들끼리도 별 얘기 없어요. “오늘 좀 어때요?” 하면 “망했죠 뭐.” 이게 인사예요.(웃음)

Q. 회센터 운영하면 돈 많이 번다고들 하잖아요. 실제로 어떤가요?
다 옛날 얘기죠. 10년 전만 해도 20대 청년이 횟칼 하나만 들고와도 배워서 자리 하나 채우고 살만했어요. 현금박치기에 술 손님들 길게 줄 서고 그랬죠. 지금은 인건비 올랐지, 임대료, 공과금, 카드 수수료 등 다 올랐잖아요. 자리값 좋은 곳은 한달에 천만 원이에요. 고정으로 나가는데 하루 20만 원 매출도 못 할 때면 젊은 친구들은 어떻게 버티겠어요. 저처럼 옛날 사람들이야 이전에 벌어둔걸로 버티는 거죠.

Q. 시장에 회센터가 너무 많은데 좋은 곳 고르는 방법이 있을까요?
처음 오신 분들은 어디가 좋은지 모르니까 헤매죠. 저는 손님들께 '수조부터 보라'고 해요. 물 맑고, 물고기가 잘 움직이는 집이 회도 신선해요. 또 회 써는 칼이랑 도마가 깔끔한지도 잘 보세요. 말 걸어봤을 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가게는 대체로 믿을 만하죠. 뭐든 정성 들이는 집이 결국 오래가요. 또, 호객 행위하는 곳보다는 바빠서 포장하고 일하고 있는 집. 손님이 손님을 데리고가는 집이 진짜 좋은 집입니다.

Q. 매출이 제일 많이 나왔을 때는요?
2016년쯤이었어요. 노량진수산시장 공사 하기 직전에 구시장 마지막 장사할 무렵이죠. 주말 저녁이면 대기 줄이 수십 미터까지 길게 나왔어요. 그땐 하루 매출이 500~600만 원까지도 나왔어요. 단체 회식, 외국인 단체 관광객, 가족 외식이 다 몰리던 때라 정신없이 바빴어요. 새벽까지 회 썰고 그날 번 돈 세면서 피곤한 줄도 몰랐죠.

Q. 손님 중 기억나는 분 있으세요?
작년 추석쯤에 단골 한 분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저희 집 회가 드시고 싶다고 해서 조용히 와서 포장해갔어요. 그땐 뭉클했죠. 회를 써는 내 손이 가치 있어 보였어요. 돈을 안받겠다고 해도 주고 가셔서 다음에 오시면 뭐라도 드리고 싶은데 아직도 소식이 없네요.

Q. 다른 일 해보고 싶단 생각도 드세요?
많죠. 특히 요즘은 매일 고민해요. 제주도나 남해 내려가서 아예 배 타볼까 생각도 했어요. 생선 낚는 게, 파는 것보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요.

Q.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손님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엔 손님들 발길이 아예 끊길 줄 알았어요. ‘이제 회는 끝났다’는 말도 돌았죠. 그 뒤로 손님 중엔 ‘혹시 이거 일본산 아니에요?’ 묻는 분들도 많아졌고요.

Q. 걱정하는 분들에겐 뭐라고 하세요?
걱정돼서 생선 못 먹는 건 이해해요. 근데 우리나라 바다가 오염됐으면 소금도 못 쓰는 거고, 된장, 고추장, 간장 다 소금 들어가는데 그것도 못 먹는 거죠. 그렇게 따지면 김치도 못 먹고, 삼겹살에 쌈장도 못 찍어요.

Q. 그런 말 들은 손님 반응은 어떤가요?
고개 끄덕이면서 ‘그러네’ 하는 분도 있고, ‘그래도 찝찝해서 못 먹겠어요’ 하시는 분도 계시죠. 그런데 저는 그 반응도 이해해요. 마음이 불안하면 맛이 안 느껴지니까요.

Q. 안전성에 대해 확신은 있으신가요?
정확히 말하면 ‘안전하다는 걸 매일 확인하면서 장사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원산지 철저히 따지고, 일본산 안 쓰고, 필요하면 검사 결과도 보여드려요. 생선이 문제라기보다 신뢰가 무너진 게 더 큰 문제 같아요.

Q. 상인으로서 제일 바라는 점은?
이상한 정치 싸움 좀 하지 말고 정확한 정보 좀 줬으면 좋겠어요. 오염되면 바다만 문제가 아니라 밥상 전체가 흔들린다니까요. 그럼 진짜 회만 안 먹을 문제가 아니에요.

Q. 그래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요?
생선이요. 진짜요. 도다리, 광어, 우럭… 하나하나 손질할 때 손맛이 있어요. 물 온도, 먹이, 수조 관리 꼼꼼하게 하면서 손님들이 계속 제 가게만 찾아주실 때가 가장 뿌듯하죠. 좋은 횟감을 새벽에 경매로 가져오면 아침 일찍부터 초밥집, 횟집, 오마가세 가게 사장님들이 찾아와요. 그분들이 아직도 찾아와주니 힘있을 때까지 지키고 있어야죠 여길.

Q. 가장 억울할 때는 언제인가요?
손님 온다고 회 준비했는데 안 올 때요. 그럼 다 버려요. 예전에는 집에 가져가고 그랬는데 퇴근이 늦으니 상하거나 변질되더라고요. 음식 버리는 게 제일 속 아파요. 그게 곧 돈이고, 제 노동이니까요. 하루에 5만 원어치 회를 버릴 때도 있어요. 그럼 진짜 화가나고 ‘왜 주문했나’ 싶죠.

Q. 자영업자의 생존 법칙이 있다면요?
버티는 놈이 이겨요. 정확히 말하면 안 망한 놈이 이긴 거죠. 요즘은 “안 망했네?” 이 말이 칭찬이에요. 큰 수익? 그런 거 처음부터 바라면 안돼요. 그냥 안 닫고 있으면 계속 버티고 있으면 성공해요.

Q. 회사 다니는 후배가 “저도 가게 해볼까요?”라고 한다면 추천하시나요.
지금은 아닙니다. 단호하게 말릴 것 같아요. 지금은 기술도, 맛도, 친절도 소용없어요. ‘수요 자체가 없다’는 게 제일 무서워요. 아무리 잘해도 사람이 안 오면 소용 없어요. 그냥 하지 말라고 해요. 경기가 너무 안좋아요.

Q. 시장이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다고 느끼세요?
코로나 때 잠깐 죽었죠. 그땐 다 같이 어려웠으니까 이해했어요. 근데 요즘은 코로나가 끝났고, 계엄도 끝났는데 손님이 안 와요. 배달, 마트 회코너가 잘 되어 있으니 노량진수산시장은 그냥 스쳐 가는 곳이 됐어요.

Q. 오늘 하루 마무리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세요.
정리하면서 “내일은 좀 나으려나” 생각은 해요. 근데 기대는 안 해요. 기대하면 실망이 오니까요. 그냥 생선 안 버리고 하루 마무리하면 다행인 거죠. 요즘은 진짜 기대보다 버틴다는 마음으로 출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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