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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 노린 캄보디아 취업?…실상은 ‘납치와 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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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백억 원을 준다고 하더라도 죽어도 다시 가고 싶은 마음도 없고. 충격이 너무 커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지난 6월 캄보디아에 다녀온 20대 제주청년은 그때 비행기에 올랐던 결정을 후회합니다.

대체 캄보디아에서는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고수익 해외 취업의 '달콤한 유혹'…현실은 개인정보 탈취

20대 제주 청년 A 씨는 지난 6월 캄보디아로 떠났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난 사람으로부터 단기 고수익 일자리가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해외에서 요리사로도 일을 해봤던 A 씨는 재밌는 제안이라 생각하며 정체 모를 텔레그램 아이디를 건네받았습니다.

텔레그램 속 이 씨는 A 씨에게 주민등록 등본과 초본, 인감증명서 등을 준비물로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10일에서 2주 정도면 500만 원 상당을 주겠다고 유혹했습니다.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거냐고 물었지만, 그냥 캄보디아에 머물기만 하면 된다는 답변뿐. 비행기 표도 예약해 줄 테니 일단 오라는 말만 이어졌습니다.

A 씨는 그렇게 호기심 반, 기대 반의 마음을 안고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캄보디아에는 텔레그램에서 대화를 나눴던 인물 중 한 명인 ID '고슴도치'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호텔도 잡아주는 등 호의가 이어지는가 싶었지만 준비해 온 서류를 건네고 며칠이 지나고 나서 본색이 드러났습니다.

돈을 주겠다며 알 수 없는 단지형 건물로 데리고 가더니 A 씨의 휴대전화와 짐을 빼앗고 감금한 겁니다.

감금의 목적은 A 씨의 금융계좌와 비밀번호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권총과 전기충격기를 보여주며 협박을 했고, 폭행도 이어졌습니다.

감금된 지 한 달 무렵, A씨는 단지 내 복도 경비가 잠시 자리를 비운 새벽에 3층 높이에서 뛰어내려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명의도용에 대포통장 악용까지…고통은 '여전'

캄보디아 한인회의 도움으로 무사히 한국에 돌아온 A 씨는 지난 일을 한순간의 악몽으로 애써 잊어버리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고소장이 날아들기 시작한 겁니다.

내용인즉슨, A 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로부터 사기를 당했으니, 수천만 원을 변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캄보디아에 감금됐던 지난 한 달 동안 A 씨는 정체 모를 법인 5곳에 대표로 취임했고, 이 법인들을 통해 각종 사기 범죄가 행해졌던 겁니다.

모두 A 씨의 명의가 도용되며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A 씨의 금융계좌가 각종 범죄에 사용된 정황도 발견됐습니다.

한 번에 수천만 원이 입금되고 990만 원씩 나눠서 출금된 수많은 거래 내용, 대포통장으로 쓰였던 겁니다.

이 밖에도 A 씨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통해 수백만 원 상당의 코인 결제내역도 확인됐습니다.

A 씨는 지금도 자신의 명의가 얼마나 어떻게 도용돼 범죄에 이용되고 있을지 모를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20대 청년이 범행 대상?…계속 나타나는 피해자

A 씨가 캄보디아에 감금됐던 한 달 동안 대표로 취임하게 된 법인들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니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A 씨에 앞서 대표로 취임하고 사임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2030의 젊은 청년들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한 명을 수소문 끝에 찾을 수 있었습니다.

6월 16일 A 씨가 '유한회사 글00'의 대표로 취임하기에 앞서 5월 29일 취임했던 또 다른 사람, 20대 초반의 제주 청년 B 씨입니다.

취재진과 만난 B 씨는 지난 5월 캄보디아에 다녀왔다고 털어놨습니다. A 씨보다 한 달 앞서 다녀왔던 겁니다.

B 씨 역시 고수익 해외 취업에 속아 등본과 초본, 인감증명서 등 각종 서류를 챙겨 캄보디아로 갔다가 정체 모를 단지에 감금당했던 겁니다.

B 씨는 3주가량 감금 끝에 캄보디아 내 한국대사관을 통해 귀국했지만, 그동안 통장과 명의가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사용되며 피의자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제주 경찰은 이 밖에도 또 다른 20대 제주 청년이 7월 캄보디아로 떠난 뒤 감금됐다가 8월 귀국한 것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캄보디아 취업 사기 피해 '눈덩이…"고수익은 의심부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캄보디아 내 취업 사기와 납치·감금 피해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습니다.

2023년 17건에 불과했던 캄보디아 취업사기 피해 신고는 지난해 220건까지 치솟았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226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캄보디아 납치·감금 피해 역시 2023년 21건에서 지난해 221건, 올해 상반기 212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피해 규모는 지난해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캄보디아 내 대규모 사기 작업장들이 높은 철조망과 무장 경비원 등으로 피해자를 감금하고, 이들이 사기 목표 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구타하거나 고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하는 일에 비해서 지나치게 돌아오는 보수가 많다고 한다면 일단 의심해 봐야 하고 정상적인 회사라면 인감증명서 등 중요한 개인 정보를 사전에 요구하지도 않는다"며 청년들의 주의와 관계기관의 예방 홍보 노력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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