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코치, 시합 앞둔 여고생 치아 부러지게 폭행…"내 행동 내가 책임"

태권도 남코치가 여고생 선수를 무차별 폭행해 공분을 샀다.

29일 JTBC '사건반장'은 피해 여학생 어머니 A 씨와의 인터뷰를 전했다. A 씨에 따르면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그의 딸은 지난달 말 한 지방대학교의 총장배 태권도 대회에 참가했다.

학생들은 시합 전 대회가 열리는 지방으로 미리 옮겨갔는데, 한 학생이 배정받은 숙소 방에 담배 냄새가 많이 난다며 코치에게 방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코치는 이를 무시하고 다른 학교의 코치들과 술을 마시러 나갔다.

몇시간 뒤 술을 마시고 만취 상태로 돌아온 코치는 밤늦은 시각인데도 A 씨의 딸 포함 여고생들이 있는 방으로 찾아왔다. 마스터키를 이용해 문을 따고 들어온 코치는 방에 있던 3명의 여학생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기 시작했다.

코치는 한 학생의 파우치로 주먹을 감싼 뒤 턱을 가격했고, 맞은 학생이 침대 위로 쓰러졌는데도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이 학생이 맞다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무릎을 꿇으라고 한 코치는 이번에는 A 씨의 딸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코치는 보조배터리를 손에 쥐고 A 씨의 딸을 침대에 눕힌 뒤 폭행을 이어갔다. 보조 배터리로 가슴 쪽을 맞은 A 씨의 딸은 맞다가 잠시 기절했는데, 얼굴이 너무 아파서 정신을 차려보니 계속해서 코치가 때리고 있었다고 딸은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상황은 "살려달라"고 외치는 학생들의 비명을 듣고 온 조 코치들이 말리면서 일단락됐다.

A 씨는 자신의 폭행 이유에 대해 "내 허락을 맡지 않고 마음대로 방을 옮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지어는 학생들에게 "더 때려야 한다. 안 때리면 내 위상이 낮아진다"는 말까지 했다고.

A 씨의 위협은 다음 날까지 계속됐다. A 씨는 학생들을 시합장으로 데려갔고, 몸이 아파 시합을 뛸 수 없다는 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공개된 녹음 파일에서 A 씨는 학생에게 "똑바로 얘기해. 죽여버리기 전에. 차 선팅해서 X나 안 보이거든? X나 맞을래? 더 맞을래? 똑바로 얘기 안 하면 더 맞는다. 시X, X 같으면 지금 신고하라고. 난 내 인생 내가 책임지는 사람이야. 네가 한 행동 네가 책임지라고"라며 윽박질렀다.

고3인 A 씨의 딸은 대학 진학을 위해 메달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이 대회가 메달을 딸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였으나, 몸이 만신창이가 돼 시합에 나갈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 학생에게 코치는 "나도 많이 때려서 주먹이 안 쥐어진다"는 말까지 했다.

A 씨의 딸은 손목, 발목 탈골에 치아까지 부러져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또 다른 학생은 유리 소재의 하드렌즈를 착용 중이었기 때문에 실명 위기까지 겪어 시력이 저하됐다. 또 치아 교정기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을 맞아 치아가 갈렸다. 뇌진탕 진단까지 받은 아이들은 현재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측은 아이들에게 입단속을 시키며 2차 가해까지 하고 있다고 A 씨는 전했다. 학교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8일 이후 사흘이 지나서야 해당 코치를 직무 배제했고, 경찰 신고는 이달 3일이 돼서야 이뤄졌다.

양지열 변호사는 "학교 측이 사실관계 파악을 하느라고 늦어진 것일 수도 있겠지만 보통의 경우라면 상식적으로 분리 조치를 먼저 취했어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입막음하려고 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2차 가해를 넘어서 학교에 남아 있는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저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